당신의 집의 행방

렉서

 

  대체 그 꽉 막힌 고삼가의 저택에 츠미키를 어떻게 데리고 가려는 건지 의문이었지만, 고죠 선생님이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그의 본가에 비하면 작은, 본채와 별채와 이루어진 집이었다. 그곳에서 노년의 여성이 고죠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선생님을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츠미키가 신기한 눈으로 고죠 선생님을 보며 “사토루 군은 역시 좋은 집안 도련님이었구나.”하고 말했다.

 

  집은 잘 관리된 듯 깔끔했다. 그러나 당주이면서 고죠 본가에도 좀처럼 가지 않는 고죠 선생님이 이곳에서 살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난처럼 느껴진 모양이다. 고죠 선생님은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는데도 변명했다.

 

  “내가 어릴 때 자랐던 집이야.”

  “왜 거기를 두고?”

  “난 좀 예민한 꼬맹이였거든.”

 

  그 말이 허언이 아닌 듯, 노년의 여성은 고죠 선생님을 어릴 적에 돌보았던 유모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제는 본가에서 할 일이 없기에 이 집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은 유모가 아니라 집사인 셈이지만 고죠 선생님은 그녀를 여전히 유모라고 불렀다. 츠미키가 보고서 가장 좋아한 정원도 그녀가 가꾼 것이었다.

 

  그래도 고죠 선생님은 자란 뒤에도 이곳에 종종 방문한 듯했다. 선생님의 옷가지와 소지품이 정리된 방이 있었다. 주술에 관한 물건은 츠미키를 데려오기 위해 치운 듯 보이지 않았다. 내가 해석할 수 없는 한자가 적힌 부적이 붙어 있기는 했지만, 집 자체가 오래된 고택의 느낌이 풍기는 탓에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츠미키가 집사와 함께 정원을 구경하는 사이 본채의 기둥에 그어진 몇 개의 선을 발견했다. 그게 무엇인지 살피다가, 나와 비슷한 시야에 있는 선을 보고서 고죠 선생님이 어릴 적 그의 키를 재었던 흔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유년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듯 나는 고죠 선생님이 나와 키가 같았던 시절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기에 그건 내게 기묘한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그에게도 어릴 적이 있었고, 그를 돌봐주며 키를 재어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

 

  아마 츠미키가 고죠 선생님의 집에 대해서 궁금해한 이유도 그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이 사람이 기원을 가진 존재임을 알고 싶어서.

 

  그러나 나는 츠미키와는 다른 것을 보았다. 오로지 고죠 사토루가 나를 데려왔다는 이유로 내게 고개 숙였던 고죠 가에 속한 사람들과, 내 피의 출처이면서도 고죠 사토루에게서 나를 가져가지 못했던 젠인 가의 사람들. 이 집에 남은 흔적은 희미하게 고죠 선생님의 유년을 암시하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이어지는 장면이 아님)

 

  자기는 교사 숙소나 교무실의 소파에서 대충 거구를 구겨놓고 자는 주제에, 고죠 선생님은 내가 책정한 예산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이었다.

 

  “꼭 이래야겠어?”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네 벌이가 얼마나 된다고. 그냥 성년 선물로 내가 사주면 안 돼? 아니면 내 명의로 된 집 있는데 보러 올래? 마음에 들면 살아. 명의도 바꿔줄게.”

  “싫어요. 안 받을 겁니다.”

 

  내가 잘라 말하자 고죠 선생님은 불퉁해졌다.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고집이 세? 투덜거리는 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그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누구를 보고서 자랐는데. 사람들은 내게 자주 고죠 선생님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아마도 칭찬의 의미로 그렇게 말하고는 했으나 내게 반쪽짜리 부모 역할을 해준 사람을 정말로 닮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절대 고죠 선생님의 도움을 받지 않으리라는 걸 나를 키운 사람으로서 알았는지, 그는 금전적 해결책에 대해서는 체념하고 대신 나보다도 꼼꼼하게 집을 살폈다. 방음은 잘 되는지, 창의 크기는 적당한지, 이상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중개인은 실질적으로 만족시켜야 할 사람이 고죠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열심히 그 옆에 붙어 질문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확인해야 한단 걸 고죠 선생님은 어떻게 알았을까 의아했는데, 곧 그게 우리 남매가 자란 사이타마의 집에서 배운 것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웃에 이상한 사람이 살고, 햇빛이 잘 들지 않아 겨울이면 옷을 껴입어야 했던 그 집.

 

  고죠 선생님이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돌아보고 물었다.

 

  “그런데 여기, 츠미키네 대학이랑 거리가 가깝진 않은데. 츠미키는 괜찮대?”

  “……괜찮다고 했어요.”

  “직접 보면 좋겠는데. 하긴 시험 기간이라 바쁘지.”

 

  그는 당연히 내가 츠미키와 함께 살 집을 구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쯤에서 그에게 말해야 했겠지만, 나는 왠지 아이처럼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쿠기사키가 나를 비웃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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